
2월의 런던은 아직 겨울이 남아 있었다. 하늘은 회색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걷기 싫을 정도는 아니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하이드 파크(Hyde Park)를 걸었다.
서펜타인 브리지에서
하이드 파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서펜타인 호수(The Serpentine)는 겨울에도 고요한 매력이 있다. 다리 위에 서면 호수가 양쪽으로 길게 펼쳐지고, 양안의 나무들이 수면 위로 반사된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남아 있는 갈색 잎사귀가 겨울의 끝자락을 알려주고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가로등이 다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묘하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호수를 따라 걷기
다리를 건너 호수 남쪽 길을 따라 걸었다. 조깅하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런던 시민들의 일상이 공원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겨울 서펜타인 호수에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서펜타인 수영 클럽(Serpentine Swimming Club)은 1864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피터 팬 컵(Peter Pan Cup) 수영 대회가 열린다. 이런 곳에서 겨울 수영이라니, 영국인들의 집념이 대단하다.
켄싱턴 가든스까지
하이드 파크 서쪽으로 계속 걸으면 자연스럽게 켄싱턴 가든스(Kensington Gardens)로 이어진다. 경계가 따로 없어서 어디서부터가 켄싱턴 가든스인지 모를 정도다.
켄싱턴 궁전(Kensington Palace) 앞 연못 주변에는 백조와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궁전 건물을 배경으로 수면 위를 유유히 이동하는 백조를 보고 있으면, 여기가 정말 대도시 한복판인가 싶다.
이탈리안 가든스(Italian Gardens)도 빼놓을 수 없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 조성한 분수 정원인데, 겨울에도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었다.
런던의 쉼표
하이드 파크는 런던 여행에서 쉼표 같은 곳이다. 박물관과 쇼핑으로 빼곡한 일정 사이에 이곳을 끼워 넣으면 여행의 밀도가 달라진다. 아무 길이나 골라서 그냥 걸으면 된다.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해도 좋고, 호수 위 새들을 멍하니 바라봐도 좋다.
142만 제곱미터의 면적이 주는 여유. 런던에서 가장 비싼 동네 한가운데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도시의 매력이다.
여행 팁
- 위치: 런던 중심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Hyde Park Corner, Marble Arch, Lancaster Gate, Queensway
- 입장료: 무료, 연중무휴 (5:00~자정)
- 추천 코스: Marble Arch → 서펜타인 호수 → 서펜타인 브리지 → 켄싱턴 가든스 → 켄싱턴 궁전
- 소요 시간: 여유롭게 걸으면 2~3시간, 켄싱턴 가든스까지 포함하면 반나절
- 주변 명소: 버킹엄 궁전(도보 10분), V&A 박물관(도보 15분), 해러즈 백화점(도보 5분)
💬 댓글